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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학생이 편지를 남기고 학교 앞 다리 난간에 선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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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 2년 전 단톡방에 실수로 신체 특정부위 노출 사진 올려
"줄곧 놀림 받고, 사진 공유돼" VS "그런 일 없어"
성희롱·괴롭힘 117 신고 접수...경찰, 사실 관계 확인

(사진=SNS 캡처)

 

지난 25일 밤 9시 40분쯤. A(18)군은 자신이 다니는 고등학교 주변 다리 난간 밖에 섰다.

무언가 굳은 결심이라도 한듯 A군은 미동도 없이 다리 아래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A군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사정을 물었지만 A군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곧 도착한 순찰차에서 내린 경찰관들이 A군을 달래며 접근해 안전지대로 돌아올 것을 요청했다.

A군은 그저 나지막이 "죽고 싶다"는 짧은 말만 내뱉었다.

경찰에게 제압당한 A군은 난간 안쪽으로 들어오며 거세게 반항했다.

올해 고3이 된 A군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A군의 동생은 최근 SNS를 통해 형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이라며 전말을 전했다.

(사진=SNS 캡처)

 

동생의 주장과 학교 측의 조사 등을 종합하면 사연은 이랬다.

충북도내 한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지난 2018년 초 A군은 같은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게 될 남녀 친구 4명과 함께 SNS 단체 대화방에서 대화를 나누며 교복을 입은 서로의 사진을 보여주기로 했다.

하지만 실수로 보낸 사진 중 제대로 바지를 입지 못해 특정 신체부위가 노출된 사진이 섞이게 됐다.

A군은 친구들에게 대화방에서 모두 나가주기를 요청하고 이내 대화방은 없어졌지만, 2년이 지난 뒤에도 A군의 실수는 묻혀 지지 않았다.

최근 A군은 당시 대화방이 있지 않았던 다른 친구에게서 자신의 실수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됐다.

A군의 동생은 형이 줄곧 같은 반 학생들에게 성희롱과 협박을 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끝내 A군은 117(학교폭력 예방교육 센터)에 신고를 하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A4 용지 1장 분량의 편지를 남긴 뒤 학교 앞 다리로 향했다.

A군은 편지에서 친구들을 향해 "얘들아 너희가 내 중요부위 이야기를 하고 다녀도 나는 웃으면서 넘겼어. 사진 저장하고 보여주고 다닌 애는 꼭 찾아줘"라며 오랜 놀림과 함께 수치심이 컸음을 전했다.

학교의 미온적인 대처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A군은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학교, 우리 반, 선생님. 대한민국 사회자체가 더 이상 살기 싫다. 나에게 선생은 의지의 존재였고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너희(교사)는 나를 오히려 추궁하기 바빴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의 얘기는 달랐다.

학교 측은 117 신고 직후 A군이 지목한 학생들을 불러 조사를 벌였지만, "A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사진도 공유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양측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며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판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아이들끼리 그동안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왔다"며 지속적인 성희롱 등의 주장을 일축했다.

A군의 학교 폭력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과 피해 학생 가족, 학교 측을 상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한편 경찰과 학교 등에 따르면 A군은 지난 25일 밤 음독이 의심돼 병원으로 옮겨져 위세척 치료도 받았으며 다행히 현재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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